현실을 이끄는 지도, 그 믿음의 역설
현실을 이끄는 지도, 그 믿음의 역설.지도는 언제나 권위의 상징이었다. 땅을 구획하고, 거리를 잴 수 있으며, ‘여기 있다’는 감각을 시각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. 우리는 지도를 보며 길을 찾고, 여행을 설계하며, 세상을 파악한다고 믿는다. 그러나 지도는 사실, 현실을 복제한 도구가 아니라 해석한 산물이다. 특히 디지털 지도의 시대에 들어서면서 우리는 더 빠르고 편리하게 위치 정보를 활용하지만, 동시에 지도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된다. 이 과정에서 지도가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, 현실을 ‘정의하는’ 도구로 작동하기 시작한다. 예를 들어, 한 지역이 지도에서 누락되었을 때, 그 장소는 마치 존재하지 않는 곳처럼 취급된다. 길이 표시되지 않은 골목은 마치 '없는 길'처럼 여겨지고, 검색되지 않는 가게는 ..
2025. 5. 7.